[리얼리뷰 청년매거진]2021-4호
혼삶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업, 직업 등 다양한 이유로 독립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일 수도 있고, 혹은 나에게 더 집중하는 삶을 살고자 선택한 삶일 수도 있다. 어찌됐든, 2030 청년 혼족은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다.
그들에게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정책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해본다. (편집자 주)
청년 혼족, 즐기는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인가?
오정희
서울은 청년이 살기 참 좋은 곳이다. 다른 지역(시도)보다 청년을 위한 주거부터 복지, 문화까지 관련정책과 혜택이 많고 심지어 직접 제안할 수도 있으며 제안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 청년들을 위해 교육까지 해준다.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서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다. 좋은 대학과 병원이 밀집되어 있으며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등이 가득하고 교통도 편리하다. 청년들이 지방보다 서울로 몰리는 이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고 역설적이게도 서울은 청년들이 살기 어렵고 힘든 곳이다. 사람이 생활하면서 가장 필요한 의(衣)식(食)주(住) 중 먹는 것과 입는 것은 줄일 수 있지만 주거비용은 줄인다고 주머니 사정만큼 줄어드는 것이 아닌 만큼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실제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1인가구 중 한 사람으로 1인가구 삶의 질을 높이고자 1인 라이프 케어 서비스 혼족의제왕을 운영하면서 만난 수많은 청년들은 선택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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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넷 주거정책 토론회에 참여한 오정희 이사
ㅣ 청년들의 첫 번째 선택은 '어디에서 살 것인가'이다.
사람은 늦고 빠르고의 차이는 있지만 언젠간 부모의 곁을 떠나 독립을 하게 된다. 자취는, 독립은 실전이다. 드라마 같은 자취는 없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감성이 돋보이는 분위기 있는 집은 내 집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돈 많은 부모를 잘 만난 금수저들을 제외하고는 주머니 사정에 맞춰 살집을 구하게 된다. 요즘 같아서는 전세도 어렵고 대부분 월세에 살고 있는데 아파트나 오피스텔이 아닌 다가구 주택에 사는 청년들도 많다. 서울에 치중되어 있던 이 같은 상황은 부동산 집값이 상향평준화 되어 가며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문제에 최근 정부차원에서 늘어가는 1인가구 청년들을 위한 특별공급 정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개선안이 실제로 적용될 단지가 상당히 제한적인 데다 생애 최초, 신혼부부 특별공급 중에서 30%에 불과한 물량을 다시 우선공급 탈락자 등과 함께 경쟁해야 되는데 당첨률이 얼마나 높겠냐는 것이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는 청약에 당첨되더라도 계약금을 낼 돈이 있냐는 것이다. 계약금은 대출이 안 되기 때문에 본인 자금으로 준비해둬야 하는데 첫 관문부터 쉽지 않다. 계약금을 어찌어찌 마련하고 중도금은 대출을 받아 해결했다 하더라도 잔금 때 추가 대출이 어려워 현금으로 내야하는데 그 돈을 마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청년들 대다수가 운이 좋으면 전세를, 그렇지 않으면 월세를 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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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 청년들의 두 번째 선택은 '포기'이다.
매월 버는 돈 중 주거에 나가는 비용이 많다 보니 살아가기 위해 학업, 결혼, 출산 등 많은 것들을 내려놓게 된다. 사람 만나는 것도 돈이 든다며 만남을 줄여가는 모습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그동안 1인가구 관련 컨퍼런스, 토론회, 인터뷰 등의 활동을 하면서 만난 혼삶을 살아가고 있는 20대, 30대 친구들의 공통된 대답은 이렇다. 저축한다고 하더라도 물가와 부동산 상승률을 따라가기 어렵고,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도 생활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그 삶을 나눈다고 해도 눈에 띄게 나은 삶을 살기 어려울 것 같으니 나에게 좀 더 집중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다.
ㅣ 청년들의 세 번째 선택은 '자신'이다.
청년들은 불안하다. 결혼을 통해 2인 또는 3인으로 변하는 순간 눈에 띄게 경제력이 뛰어난 일부 청년들을 제외하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더 힘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요즘 현재의 내 수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심리적 불안감도 스스로를 선택하게 하는 한 요인이다. 어린 시절 취업만 하게 되면 회사가 정년퇴직까지 책임져 줄 것 같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년은 60세 이상인 회사가 많지만 평균 근속 기간은 짧아졌다. 21년 8월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5월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55∼64세 취업 유경험자가 생애 가장 오래 근무한 일자리에서의 근속 기간은 평균 15년 2.1개월로 일자리를 그만둘 당시 나이는 평균 49.3세에 불과했다.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도 사업 부진·조업 중단·휴폐업, 권고사직·명예퇴직·정리해고 등에 있다. 세상이 너무 급변하다 보니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자기개발을 하는 청년들이 많다. 어느 세대보다 치열하게 노력하는 청년들은 다른 선택을 할 시간이 없다. 당장 목구멍이 포도청이고 미래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다른 생각을 하기보다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년들은 다양한 선택의 기로에서 삶을 이어가기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홀로 남게 된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1인가구로 살 것 인가 말 것 인가 자체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다수의 청년들은 사회 환경에 의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1인가구로 살고 있다. 청년 1인가구 증가에 대해 일각에서는 아직까지도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을 먼저 걱정하고, 일부 지역에서는 특단의 대책으로 출산장려금을 1억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반응은 싸늘하다. 조삼모사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삶을 살아갈 수 있고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묻겠다. 청년 혼족, 즐기는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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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오정희
글쓴이 오정희는 국내최초 1인가구 전문미디어 데일리팝과 1인라이프 케어 서비스 혼족의제왕을 운영하고 있다.
1인가구 관련 강연, 설문조사, 기업 프로젝트, 정책제안, 리포트&보고서 발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1인가구 자취생활백서 '나 없이 자취하지 마라'를 집필했다.
주요 관심사는 1인가구의 주거, 자취, 식생활 등 1인가구와 관련된 모든 것이다.
청년재단에서 발간하는 「리얼리뷰 청년매거진」은 각자의 방식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청년고민, 사회문제, 청년정책, 미래위기 등 청년의 삶과 관련된 현실적인 주제를 다뤄봅니다.
독자들과의 소통과 교류로 청년의 오늘이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사회에 메시지를 제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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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아/29세
혼자 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한테는 혼자일 수 있는 여유가 부럽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생때까지 7년을 기숙사에서 남들과 함께 생활했다. 한 방에 4-6명씩,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이들과 지내는 것은 편하기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혼자 살 자취방을 구하기엔 비용이 주는 부담이 더욱 불편했다. 그러니 그냥, 그냥 함께 잘 지낼 방법을 체화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취직 후 더이상 기숙사라는 울타리에 있을 수 없게 되자 월세방을 검색하게 됐다. 가용 예산을 맞추려다보니 처음에는 회사 근처에서 시작해 결국엔 북한에까지 다다랐다는 웃픈 에피소드도 생겼다. 한국의 청년들이 언젠가 혼자가 되었을 때, 비용의 압박에서 벗어나 '나'로서 온전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 본다.
쥬쥬/21세
청년 1인 가구, 이것은 곧 닥칠 나의 문제이다. 비혼을 선택한 나는 아마, 미래에 1인 가구가 되어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인가구에 대한 정책들은 매우 미흡하다. 몇 년 새에 1인 가구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정책이 조금씩 만들어지고는 있지만 1인 가구의 성장세에 비해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것은 1인 가구를 인정 못하는 사회 분위기가 원인이라 생각한다. 1인 가구는 아직 1인 가구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1인 가구는 결혼을 하기 전 불완전한 상태라고 인식하여, 굳이 정책을 만들지 않는 거 아닐까? 하지만 1인 가구는 세계적인 트렌드이고 그 성장세에 맞는 알맞은 대처가 꼭 필요하다. 혼족을 즐기든 즐기지 않든, 선택이든 선택이 아니든, 우리의 삶의 형태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한다.
별하/23세
많은 경험을 해야 할 꽃다운 나이인 청년이 많은 것을 포기하고 있다. 모아둔 돈이 없어 꿈 꿔온 집과 결혼, 출산을 포기하고 놀 때가 아니라며 친구와의 약속을 포기한다. 결국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홀로 살아가는 것뿐이다. 나는 최근에 자취방을 구하면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원하는 집을 포기하고 월세가 저렴한 집을 선택해야 했다. 현실에 굴복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기개발에만 집중하며 홀로 살아가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다. 많은 청년들이 남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청년이 홀로 오르막길을 오르는 것을 바라만 보지 말고 오르막길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햇포도/24세
혼밥, 혼영(혼자 영화), 혼여(혼자 여행)에 이은 혼족의 등장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많은 청년들은 독립한다. 그러나 대학가 근처도 월세가 점점 오르고 있어 조금 멀더라도, 조금 좁더라도 싼 월세방을 찾고 있다. 생활비의 대부분을 월세에 투자하니, 혼밥을 시작하고, 취미를 포기한다. 옛날에는 대가족이 평범한 가족 구성원이었던 것처럼, 현재는 1인 가구가 평범한 가족 구성원이 되었다. 이는 상황이 만든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즉, 세상에 뒤처지지 않게 노력하는 청년들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노력을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와 같은 비판으로 바라보기보다는, 노력에 대한 보상과 앞으로의 1인 가구로서의 삶을 응원해주었으면 좋겠다.
아솔/25세
필자의 마지막 말에 이렇게 답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나, 최선을 다해 즐길 예정이다”
5년간 서울살이는 학업을 위해서였고, 충북에 내려가게 된 것은 회사의 지시였다. 모두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처음이기에 서툴렀고, 크고 작은 실수를 범했다. 전자레인지에 호일을 넣으면 폭발했고, 세탁기를 제대로 닫지 않는다면 겨울에도 홍수를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즐거웠고, 자취새내기의 풋풋한 실수에 어이없어 실소가 터지지도 했다. 그 시절이 즐거웠던 것은 목표를 위한 고생값이자, 처음 맛보는 해방감이라서(물론 자유에는 책임이 따랐지만), 인생 첫 경험이었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고 있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다.
“진부하지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뀨꺅/22세
시대에 따라 가족의 형태, 주거의 형태는 계속해서 변해왔다. 대가족, 핵가족 형태를 지나 최근에는 1인 가구의 비중이 가장 크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염려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과거 나는 그러한 사람들의 시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자유롭게 혼자 살아가는 1인 가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부모님 품속에서 살아왔기에 아직 사회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나의 무지 때문이었다. 1인 가구에 대해 무지했던 나 또한 주택, 주거 관련 이야기가 계속 들리고 보이다보니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도 곧 내가 읽는 글들의 청년들과 같은 걱정을 하겠구나.' 라며 마음에 와 닿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청년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까? 후에 중장년층이 되었을 때 어떠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이라/28세
청년들의 ‘혼족’은 ‘힘든’ 선택이다. 어마어마한 부동산 가격을 감당하기는 너무 어려우니 다른 것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게 되는데, 이렇게 제한된 예산 안에서 생활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위한 삶을 사는 것을 택하는 것이니까. 외부 요인인 무시무시한 집값을 개인이 조절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우니, 조절이 가능한 내 삶의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누리고 싶은 즐거움을 최소한으로 만드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부동산 같은 외부 요인은 정부와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현재의 정책 외에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을지 논의되어야 한다. 비록 실패할 수 있겠지만, 결과를 비난하며 손을 놓아버리는 것은 안 된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더 나은 방법을 논의하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오로라/24세
현재 우리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수도권 집중 도시화 현상이 발생 중이며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50%가 수도권에 모여 있다. 그만큼 일자리와 각종 인프라가 수도권에 몰려있으며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서울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능력’과 ‘경제력’을 갖춰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청년들에게 단순 경제적인 형태의 지원 즉, 현재 중심보다는 지금의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반영하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지역 균형 발전에 힘써야 한다. 그러면 지방 대학 입학 정원 문제도 해결될 것이며, 자신의 고향을 떠나는 청년도 돌아올 것이다. 현재의 청년층이 미래를 그릴 수 있어야 더 나은 현실이 우리를 찾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나니/21세
청년 혼족이 즐기는 것인지, 어쩔 수 없는 선택인지에 대한 물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을 즐기려고 노력하는 것이라 대답하고 싶다. 당장 자신의 몸 하나 누울 자리도 찾기 힘들고, 때문에 결혼, 출산에 대한 계획은 생각할 수도 없다. 열심히 일해 돈을 10년, 20년을 모아도 ‘내 집 마련’은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청년들은 자신을 챙기는 것에 급급하고, 현재에서 즐거움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현재의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 뿐이다. 앞으로 살아온 인생보다 더 많은 인생을 살아야 할 청년들이, 미래를 포기하고 혼자 현재만 바라보며 사는 것이 좋은 현상일까? 청년들에게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꾸룸/28세
'혼족을 즐기는 것인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인가'라는 물음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 즐기겠다'고 답변하겠다. 이것은 마냥 즐긴다는 것과 분명 다르다. 하지만 기성세대는 그런 청년들의 모습을 못마땅해 한다. 1인 가구 청년들이 혼자만 경제적인 여유를 누리기 위해 이기적인 선택을 한 것처럼 여긴다. 대부분의 2030세대는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 늘 평균적인 삶을 꿈꿨다. 개성을 중시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z세대와 확실히 다르다. 청년들은 여건만 되면 기성세대가 원하는 모습처럼 살아갈 것이다. 그렇기에 사회가 늘 말했던 정답과 다르게 살아가는 청년들의 불안은 극심하다. 청년들의 혼족 선언은 체념에서 시작해 불안으로 끝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늘 그렇지만 보이는 것은 다가 아니다.
뿌랑/21세
청년 혼족은 즐기기 위한 선택도 결국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귀결된다. 서울을 동경해 떠난 친구도, 꿈을 위해 서울로 향한 친구도 있었다. 집을 떠난 그들은 자연스레 혼족이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높은 집값,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홀로 있는 시간의 외로움을 마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즐기기 위해 청년 혼족이 된 이들도, 목표를 위해 청년 혼족이 된 이들도 모두 같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된다. 꿈꿔온 청춘을 위해 견뎌야 할 현실이 그들에게는 너무 버겁지만 포기하고 돌아오는 길은 더욱 버겁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어쩔 수 없이 하루를 견디며 살아간다.
진으니/24세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에서 1인 가구 즉 혼족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청년들에게 집은 필수적인 공간이다. 누구나 내집마련의 꿈을 키우며 열심히 노력해나가지만, 실상은 평생을 걸쳐도 번듯한 내 집 하나 가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서울, 지방 할 것 없이 치솟는 집값은 청년들에게 희망보다는 포기를, 미래보다는 현실을 선택하게 만든다. 청년들 사이에서 ‘비혼’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은 환상이 아닌 생존에 대해 더욱 고민하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우리 사회를 살아가게 될 청년들에게 좌절보다는 미래로 향한 꿈을 키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어야 하며, 청년 주택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월쓰/21세
언제부턴가 '혼족'이라는 개념이 유행처럼 퍼졌다. 1인 가구를 위한 제품 마케팅도 많아졌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혼족이 행복이냐 불행이냐라는 논쟁도 펼쳐졌다. 난 아주 잘 사는 '혼족' 삼촌을 어렸을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혼족'에 대한 생각이 긍정적인 쪽이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원하는 곳에다가 돈을 쓰고 조카들한테 용돈도 많이 주는, 그 정도가 내게 '혼족'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입장으로 봤을 때 혼족은 마냥 좋지만은 아닐 것이다. 특히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가족'이라는 선택권이 날아가는 셈이니 말이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가능성 자체를 닫아두는 편이 많아진 것 같다. 마치 결혼이라는 것은 더 잘 살기 위해 하는 건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되니 결혼 자체를 본인들의 선택 회로에서 없애버린 느낌이다.
난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가 결혼을 해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정작 할머니 할아버지는 여느 그 나이때 부부들처럼 사이가 좋지 않았기에 할머니의 말을 그저 잔소리로 넘겼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렸을 때부터 그런 말을 들으니까 때가 되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약간은 그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와 달라진 점은 연애에서 결혼으로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결혼정보회사에서 나와 경제적 여권이 비슷하거나 더 좋고, 가치관도 비슷한 사람을 구해서 결혼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점이다. 이것은 전부 결국에는 돈 때문이다. 그러니까 둘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어차피 결혼해도 딱히 변하는 게 없을 것 같고 결혼에 대한 열망이 없다면 혼족. 혹은 결혼 자체는 인생의 동반자라는 의미에서 나름 중요하지만 괜히 이상한 결혼 했다가 고생하기 싫으니까 남자의 배경을 샅샅이 평가하고 결혼하는 것. 돈 때문에 낭만이 없어진 인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불행한 것, 강요된 삶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보수적인 우리 사회도 무조건 결혼해야 성공한 인생이라는 어리석은 가치관을 버리게 된 것 같다. 결혼을 하지 않는 여성들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변화이다. 10년 전만 해도 그러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결혼은 하기 싫은 사람들에게도 어떻게 보면 '혼족'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선택을 할 수 있게 됐다.
결혼을 하고 싶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성대한 결혼식을 안 하고 몇몇 가족과 친구들끼리만 하는 작지만 의미있는 결혼식을 한다던가, 혼인계약서를 쓰지 않지만 부부처럼 산다든가. 방법은 있다. 현재 청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계발 그리고 관점은 변화이다. 사회가 정한대로의 행복을 본인의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본인이 꾸리는 삶을 행복이라고 정한다면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고메/32세
청년 혼족은 일자리와 거주 문제 때문에 더 혼자 살 수 밖에 없는 거 같습니다. 저희 언니만 보아도 서울에서 혼자 자취 15년차인데요. 일단 면허를 따도 차가 없고 서울 원룸의 월세는 정말 서울 외각이 아닌이상 월 50~80만원가까이 하기에 생활비랑 월세를 제외하고는 거의 저축도 못할뿐더러 생활하기 벅찹니다. 그렇다고 더 시골로 내려가려해도 하던일이 있기에 쉬운결정이 아니고 그렇다보니 결혼은 한참 뒤에 생각하는거 같습니다. 혼자 벌고 월세내면서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사귀더라도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결혼도 힘든게 현실이니까요. 대학 대출금도 갚아야 하고... 그러다 보니 1인가구를 위한 정책이 더 늘어나고 1인 가구 혜택도 늘어나야하는게 현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청년 혼족.. 즐기는것보다는 어쩔 수 없는 선택 아닐까요?
반달/21세
출산율이 2020년 기준 0.84명을 기록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낮아지는 저출산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들이 이어졌지만 저출산은 오히려 더 심해지고 있다. 출산을 하면 혜택을 주는 정책도 좋지만 이제는 현재 정책들의 한계를 인지하고 다른 방향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인류의 최우선 과제는 항상 '생존'이었다. 그 누구도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다른 일을 신경쓸 수 없다. 글에 나와있듯이 청년들은 현재 삶을 유지하는데에 있어 많은 위협을 느끼고 있다. 이 상황에서 무작정 청년들에게 결혼이나 출산을 바랄 수 는 없을 것이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문제의 핵심을 건드려야 한다. 청년들이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지 않도록, 삶의 여유를 가지고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부뚜막서생원/34세
청년 혼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도 꽤 오래되었다. 독립적 성향, 경제적 이유 등 요인들은 많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즐기기 위함이라 생각된다. 단군 이래 그 어느 때보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오늘날의 청년들은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기 집에서의 독립, 다른 사람으로부터의 독립으로 그 시작을 열어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꼬마/21세
20대 초반 청년에게 혼족이란 로망이다. 부모님의 관여 없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가는 삶. 직접 차려먹는 밥이 힘겨울 때는 종종 본가에 찾아가 반찬을 얻어오기도 하고, 빨래, 설거지, 청소 등 내가 하고 싶을 때 내 맘대로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대 초반 청년들이 부모님의 곁에 붙어살 수밖에 없는 이유는 금전적인 요인이 크다.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와야 하는 청년들이 아닌 그냥 혼자 살아보고 싶어서 본가를 나온 청년들에게 세상은 쌀쌀맞다. 웬만하면 따뜻한 밥이 있는 본가로 돌아가지? 하고 말하는 느낌. 세상과 타인의 시선에 떠밀려 결국에는 밖으로 쫓겨나지 않는 이상 청년들은 본가에 쭉 있어야 할 것만 같다.
바밤바/24세
나는 혼자 살고 있는 1인가구로서 이번 주제에 깊이 공감한다. 학업 때문에 자취를 하다가 군 제대 이후부터는 운 좋게 토지주택공사의 임대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여기로 세대 이전해 살고 있는데, 사실 학생 수준에서는 전세 이자 또는 월세를 감당하기도 힘들다. 게다가 혼자 산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숨만 쉬어도 돈이 줄줄 샌다"라는 말을 매일매일 체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1인가구로 향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있겠으나, 더 나은 삶을 살려는 열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것이 시간이 좀 더 지나고 나서, 결혼, 육아 심지어는 꿈까지 포기하면서 '적당하다'라는 애매모호한 본인만의 지표 아래 혼자 살게 된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적당하지 못한 게 태반이지만 말이다. 집에 혼자 살 수는 있지만 사회에서 혼자 살아간다는 건 너무 슬프고 외로운 일이다. 필자는 일부 청년들이 빠른 계층 상승을 노리며 공격적인 투자에 심취하는 것도 이런 상황이 영향을 준다고도 생각한다.